바다 한가운데 섬 그리고 그곳에 고립된 31명의 남자들과 단 한 명의 여인. 그들은 놀랍게도 함께 7년이라는 시간을 보냈다고 하는데요.
달콤한 혹은 잔혹한… 이들의 동거 생활은 대체 어떠한 모습이었을까요?
때는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5년. 사이판을 지나가던 4척의 일본 해군 어선이 미군 전투기의 공격을 받고, 그만 모두 침몰하고 마는데요.
그러나 다행히도 31명의 군인과 선원들이 기적적으로 살아남았고, 그들은 죽을힘을 다해 근처 섬으로 헤엄쳐 갔죠. 그 섬의 이름은 면적 32㎢ 정도인 작은 섬 ‘아나타한’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낯선 섬엔 웬 아리따운 여인이 한 명 살고 있었는데요.
사실 ‘아나타한’ 섬은 일본이 통치하던 곳이었고 섬은 일본의 한 기업에 의해 농장으로 운영되고 있었죠.
기업에서 파견 나온 ‘히가 카즈코’, 그녀의 남편, 그리고 남편의 선배 이렇게 3명의 일본인이 농장의 관리자로서 70명의 원주민들과 함께 섬에서 살아가고 있었는데요.
그런데 어느 날 ‘히가 카즈코’의 남편이 배를 타고 섬을 나갔다가 실종되는 사건이 발생하고 그렇게 ‘히가 카즈코’와 남편의 선배는 서로를 의지한 채 계속해서 농장을 운영하며 생활을 이어나가게 됩니다.
그러던 중 이들은 침몰하는 배에서 탈출한 군인과 선원 무리를 발견하게 되고 그들이 섬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배려하며, 농사를 가르치는데요.
이때 ‘히가 카즈코’와 남편의 선배가 ”사실 저희 둘은 부부 사이입니다”라는 거짓말을 하게 됩니다. 이러한 거짓말은 남성들로 둘러싸인 섬에서 홀로 여인이었던 ‘히가 카즈코’를 지키기 위한 것이었죠.
그런데 ‘아나타한’의 원주민들이 미군을 따라 섬을 빠져나가게 되면서 관리자인 ‘히가 카즈코’와 남편의 선배를 포함한 31명의 일본인이 섬에 고립된 것인데요.
작은 섬에 몇십 명의 사람이 갇히자 가장 먼저 문제가 된 것은 식량이었습니다. 농사는 뜻대로 되지 않았고 사냥과 채집을 하면서 원시시대처럼 살아가야 했습니다.
그런데 폭풍우가 몰아치던 어느 날 밤 한 명의 남성이 파도에 휩쓸려 실종되는 사건이 발생했고 그렇게 섬에 남은 사람은 32명이 되고 말았죠
그리고 얼마 뒤 미군은 ‘아나타한’ 섬으로 와 일본의 패망 소식을 알리는데요. 하지만 “대일본제국이 패망할 리 없다”라고 믿었던 그들은 미군을 피해 정글 깊숙이 숨었고 미군은 이러한 사실을 알지 못했죠.
결국 ‘아나타한’ 섬의 일본인들은 외부에서 그 존재조차 알지 못한 채 7년 동안 자신들끼리 살아가게 됩니다.
다행히도 그들은 농사와 사냥 등 다양한 시도 끝에 식량 공급의 안정을 이루는데요.
그렇게 먹고사는 걱정이 차츰 줄어들 즈음, 섬의 남성들은 그만, 위험한 호기심에 눈을 뜨고 마는데요. 그것은 바로 성욕! 그러나 섬에 여자라곤 오직 ‘히가 카즈코’ 뿐이라는게 문제였죠.
엎친 데 덮친 격 남편의 선배와 그녀가 실은 부부가 아니었다는 사실까지 들키고 마는데요. 게다가 처음 그녀와 부부라고 속였던 남편의 선배는 진심으로 ‘히가 카즈코’를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그녀를 갖기 위해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는 다른 남성들과 치열한 눈치 싸움을 벌여야 했죠.
그러던 어느 날 2명의 남성이 추락한 미군의 비행기에서 우연히 권총 세 자루를 줍게 되며 권총을 가진 이들이 섬의 절대 권력, 군주로 군림하게 된 것입니다.
권총을 발견한 이들과 사이가 좋지 않던 남자가 돌연 나무에서 떨어져 숨을 거두는 일이 일어나는가 하면, ‘카즈코’와 가깝게 지내던 남성들이 의문사하게 되었죠.
결국 권총을 가진 남자 둘과 ‘카즈코’, 남편의 선배가 동거 생활을 시작하게 되는데요. 얼마 안 가 권총을 가진 남자 둘이 서로 싸우다 한 명이 숨을 거두는 사건이 발생하고 맙니다.
그리고 충격적이게도 남편의 선배 역시 원인 불명으로 세상에서 사라지죠. 이제 섬에는 겨우 스무 명 남짓한 인원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이후 남은 이들은 불안감에 휩싸여 한 가지 방법을 생각하게 되는데요. 그것은 바로 ‘카즈코’를 한 남자와 결혼시킨 뒤, 권총을 바다에 버리는 것이었죠.
그러나 그 이후로도 의문스러운 사건이 계속해서 발생했고, 결국 불똥이 ‘카즈코’에게로 튀고 마는데요. 카즈코가 남자들을 죽인 것이라고 의심을 받게 된 것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사실을 눈치채버린 카즈코가 섬의 중심부에서 도망쳐 마침 해변가에서 정박 중이던 미군의 배에 도움을 요청해 다행히 고국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남자들은 어떻게 됐을까요? 이후 그들은 일본의 전쟁 패배를 완전히 받아들이게 됐고, 1951년 일본으로 모두 돌아가게 되죠.
이 일은 일본에서 연극, 소설, 영화로 만들어졌을 만큼 유명한 사건인데요.
심지어는 ‘히가 카즈코’가 그려진 브로마이드가 날개 돋친 듯이 팔려나갔을 정도로 당시 화제였죠.
하지만 이러한 유명세는 ‘히가 카즈코’에게 독이기도 했는데요. 그녀는 수십 명의 남자들을 마음대로 조종하고 갖고 놀았던, 희대의 여왕벌이자 악녀라는 비난도 받았습니다.
그러나 이후 다행히도 그녀는 좋은 상대를 만나 결혼했고, 행복하게 살던 중 다소 젊은 나이에 지병으로 사망했다고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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