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 일본 후쿠오카 대학교의 한 동아리에 소속된 다섯 명의 남학생들이 있었다.
리더 타케스에 카즈토시(20세), 서브리더 타키 슌지(22세) 그리고 팀원이었던 코로기 모리오(19세) 니시이 요시하루(19세), 카와하라 요시타카(18세) 이 다섯 명의 학생들은 산맥 종주를 위해 일본의 남쪽 끝 규슈 지방에서 북쪽 끝 홋카이도 지방으로 여정을 시작한다.
1970년 7월 12일 오전 9시경 후쿠오카의 하카타역에서 기차로 출발한 그들은 7월 14일 홋카이도 카미카와군에 위치한 신토쿠역에 도착한 뒤, 바로 신토쿠의 주제소에 등산 계획서를 제출한 후 등산을 시작한다.
그들의 등정 코스는 메무로 산에서 등반을 시작해 히다카산맥을 지나 페테가리산을 마지막으로 하산하는 것이었는데 특히 히다카 산맥은 홋카이도의 지붕이라 불릴 정도로 산세가 가팔랐다.
그렇게 등반을 시작한 지 열흘 가량이 지난 7월 25일 그들은 뜻밖의 상황을 마주하게 된다. 그들은 등정 코스의 중간 지점인 카무이에코 우치카우시산을 목전에 앞두고 있었지만 그곳에 오르기에는 시간이 많이 늦은 탓에 목적지 바로 아래에 위치한 쿠노사와 분지에 텐트를 치고 야영 준비를 한다.
그런데 그때 그룹의 리더였던 타케스에 카즈토시가 6 ~ 7m 정도 떨어진 거리에서 접근하고 있는 불곰을 발견한다. 하지만 당시 학생들은 곰을 접하기 힘든 규슈 지방에서 자라온 터라 곰에 대한 지식이 없었고 그런 이유로 두려움을 느끼기보다는 오히려 호기심을 갖는다.
더욱이 당시 곰의 크기가 생각보다 작았기 때문에 그들은 곰의 행동을 관찰하며 사진을 찍기까지 했다.
여기저기 휘집고 다니던 곰은 그들이 메고 있던 배낭을 뒤지기도 했는데 기회를 노리던 그들은 곰이 잠시 한눈을 팔자, 자신들의 배낭을 낚아챈 뒤 불을 피우고 식기를 두드리며 곰을 내쫓는다.
하지만 이 행동은 곰에게 절대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이라는 걸 그들은 알지 못했다. 곰은 한 번 건드린 물건이나 자신의 먹이로 인식한 것을 누군가에게 빼앗기면 그것을 되찾을 때까지 찾아오는 습성이 있기 때문에 곰이 한 번 건드린 물건은 그냥 버려두고 떠나는 게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이 사실을 알 리 없던 그들은 그렇게 곰을 내쫓은 줄로만 알고 편안한 저녁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은 밤 9시경 곰은 다시 텐트 앞에 나타난다.
텐트 안에서 잠을 자고 있던 일행들은 텐트 밖에서 들려오는 기분 나쁜 거친 숨소리를 듣고 잠에서 깨는데 곧 습격을 위해 예행 연습이라도 하는 듯 곰은 텐트에 작은 구멍을 낸 후 유유히 사라졌고 그들은 이 모습을 텐트 안에서 모두 지켜봤다.
그제서야 위협을 느낀 일행들은 그대로 불침번을 서며 밤을 지새게 되었고, 그렇게 새벽 4시 30분쯤이 되었을 때 또 다시 곰이 나타난다. 텐트로 접근한 곰은 이번에는 밖에서 머무르지 않고 텐트 안으로 들어오려 하였고 이를 저지하기 위해 일행들은 어떻게든 텐트의 지지대를 잡고 버틴다.
하지만 엄청난 집착을 갖고 있는 곰은 텐트 안에 있던 자신의 물건인 배낭을 갖기 위해 텐트를 집요하게 잡아당기고 후려치기를 반복하였고 결국 텐트를 날려버린 후 배낭을 뒤지기 시작하였을 때 일행들은 재빨리 도망친다.
도망을 치던 중 리더인 타케스에는 서브 리더인 타키 슌지와 팀의 막내였던 카와하라 요시타카에게 산을 내려가 산림청에 구조 요청을 하라고 지시한다.
지시를 받고 떠난 두 사람은 하산 중 홋카이가쿠인 대학의 산악팀 일행과 마주쳐 상황을 설명하였는데 마침 그들도 불곰의 습격을 받고 급히 하산하던 중이었기 때문에 산악팀 일행은 두 사람에게 함께 하산할 것을 제안하지만 두 사람은 나머지 일행과 함께 하산하겠다며 이를 거절한다.
오후 1시경 그렇게 구조 요청을 한 뒤 두 사람은 다시 세 명의 일행과 합류하였고 능선 위로 올라가 수리한 텐트를 치고 밥을 먹은 후 잠을 자려던 찰나에 또 다시 곰이 나타난다.
하지만 교활한 곰은 이번엔 텐트 옆에 쥐죽은 듯이 앉아 1시간 가량을 숨죽이고 있었는데 이를 지켜보던 일행들은 곰이 잠시 자리를 비웠을 때를 틈타 하산하기 시작한다.
오후 5시경 이제 막 하산을 시작해 능선으로부터 670미터쯤 멀어졌을 때 뒤에서 이상함을 느낀 팀원 니시이가 뒤를 돌아봤는데 바로 코앞까지 곰이 숨을 죽이고 다가오고 있었다.
다섯 명의 일행들은 뿔뿔이 흩어져 미친 듯이 달리기 시작했고 곰은 막내였던 카와하라 요시타카를 집요하게 쫓는다. 얼마 가지 않아 리더인 타케스에는 저 멀리서 곰의 습격 당해 다리를 질질 끌며 도망치는 카와하라를 보았는데 그 후로 카와하라의 모습은 다시 볼 수 없었다.
다시 만난 타케스에, 타키 슌지, 니시이 세 사람은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불을 피우고 호루라기를 간절히 불어보았지만 그곳에는 아무도 없었고 어쩔 수 없이 곰이 접근하기 힘든 암벽에 올라가 밤을 보낸다.
그리고 같은 시각 나머지 일행이었던 코로기 모리오는 주변에 있는 곰을 피해 쥐죽은 듯이 숨어 있는 상황이었다.
그렇게 다음 날인 7월 27일 새벽 시간 암벽에 숨어 있던 세 사람은 나머지 일행을 찾기 시작한다. 하지만 당시 안개가 짙어 5미터 앞도 잘 보이지 않는 상황이었고 오전 8시쯤이 됐을 무렵 세 사람은 일행을 찾는 것을 포기하고 하산을 시작한다.
그런데 그때 안개를 뚫고 천천히 하산하던 중 가장 앞에 있던 리더 타케스에는 전방 23m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곰을 발견하고 즉시 도망쳤지만 결국 곰에게 습격을 당한다.
결국 타케스에, 카와하라, 코로기 세 사람은 곰에게 습격당해 사망하였는데 세 사람의 시체 상태가 굉장히 충격적이었다.
그들의 상태는 다음과 같았다. 곰의 앞발에 맞거나 뜯겨져 나간 듯 얼굴에 반쪽이 사라져 있었고 유독 코와 귀가 전부 뜯겨져 나간 모습이었는데 특히 상체를 집중적으로 먹어치우는 곰에 의해 창자가 밖으로 다 튀어나와 있는 상태로 발견되었다.
세 사람은 뒤에서 달려드는 곰을 피해 도망치다가 먼저 둔부를 공격 당해 엎어진 자세 그대로 항문 부위를 집중적으로 물어뜯겨 사망한 것으로 추정됐다.
그리고 구조대에 의해 혼자 텐트에 숨어 있던 코로기의 생전 마지막 메모가 발견되었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26일 오후 5시 저녁 식사 후 곰이 나타나 텐트를 탈출했다. 다른 동아리 부원들은 구조 요청하기 위해 아래 분지로 내려갔다.
오후 5시 30분 곰이 쫓아왔다, 카와하라가 당한 것 같다. 내 5m 옆이었고 위치는 절벽을 따라 이어지는 소나무 숲 옆 20m 지점이다. 절벽 아래 텐트와 모닥불이 보여 도움을 요청하려고 5분 정도 내려갔다.
근데 아래를 보니 20m 앞에 곰이 있었고 나를 보고 올라오기 시작했다. 필사적으로 도망쳤지만 계속 쫓아와 돌을 던졌으나 빗나갔다. 계속 달려들기에 15cm 정도 크기 돌을 곰에게 던져 맞혔다.
그러니 곰이 약간 뒤로 물러나 앉더니 나를 노려보고 있다. 미친 듯이 도망쳐 겨우 텐트로 들어갔지만 아무도 없었다.
안에 침낭이 하나 있어서 바로 그 안에 들어가 숨었다. 왠지 안심이 됐다. 27일 오전 7시 텐트 안에서 주먹밥을 만들고 옷가지를 챙겨 텐트를 나가니 5m 위에 곰이 있었다.
다시 텐트로 들어와 머무르고 있다. 다른 사람들은 구조대에 연락해 주었을까? 안개가 짙어진다.
이후 사냥꾼들에 의해 곰은 사살되었고 사살된 곰은 히다카 산맥센터 유리관 안에 보관되어 있다.
박제가 되면 가죽의 15% 정도가 수축되어 몸집이 작아진다지만 사진에서 볼 수 있듯 당시 불곰의 크기는 비교적 작았기 때문에 그들이 곰에 대한 지식이 있었더라면 큰 사고를 면에 쓸 수 있었음에 많은 사람들의 아쉬움을 샀다.
사살된 곰의 위 안에서 사람이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보아 곰은 단순한 호기심 또는 놀이로 생각해 사람을 공격했을 가능성이 컸다.
그리고 가까스로 도망친 생존자 타키 슌지와 니시이는 오후 1시경 산을 벗어나 지나가는 자동차를 붙잡고 구조 요청을 해 살 수 있었고, 사건 발생 1년여의 시간이 흐른 뒤 그들이 직접 찍은 사진의 필름과 유류품들이 사고를 당한 하치노자와 분지에서 발견되었다.
혹시나 산을 오르다가 곰을 만난다면 절대 뒤돌아보면서 뛰지말고 곰의 눈을 응시하면서 뒤로 천천히 이동하거나, 가만히 그 자리에 서있는 것이 가장 좋다고 한다.
오늘의 추천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