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8월 31일 새벽 5시 조지아주 리치몬드 힐에 있는 한 버거킹 직원이 쓰레기를 버리기 위해서 가게 뒷마당으로 갔습니다.
그리고 피투성이의 옷을 전부 벗은 상태인 한 남자가 의식을 잃은 채로 쓰레기통 옆에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했죠.
직원은 그를 발견한 직후 구조대에 신고해서 그 남자는 즉시 병원으로 옮겨졌습니다. 그 남자는 둔기에 의한 외상으로 인해 머리에 심각한 부상을 입었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그리고 곧 의식을 되찾은 그 남성은 충격적이게도 자신의 이름과 나이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했습니다.
그를 발견했을 때 주변에 소지품이나 신분증도 전혀 없었기 때문에 그의 신원을 알 수 없었죠.
의사의 진단 결과 그는 뇌가 손상되기 전에 일어난 모든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역행성 기억 상실증으로 판단했습니다.
시간이 조금 지나서 그 남성은 간신히 자신의 이름이 벤자민이라고 기억해냈는데요. 그래서 그가 발견된 장소인 버거킹의 약자인 비케이를 따서 사람들은 그에게 벤자민 카일이라는 임시 이름을 지어줬습니다.
벤자민은 시간이 지나면서 간신히 몇 가지를 더 기억해냈는데요. 그는 마이클 잭슨이 태어나기 10년 전에 태어났다면서 자신의 생일이 1948년 8월 29일 생인 것을 기억해냈습니다.
자신에게 3명의 형제가 있었던 것 같다고 이야기했지만 얼굴이나 이름은 기억하지 못했죠. 그리고 실종되기 직전에 리치먼드 시를 여행하고 있었던 것을 기억해냅니다.
벤자민 카일은 병원에서 퇴원한 후 보호소에서 지내게 됩니다. 그는 사회보장 번호를 기억할 수도 없었고 분명한 신원이 없어서 처음에는 일자리조차 구할 수 없었는데요.
여러 사회단체의 도움을 받아 간단한 소일거리로 돈을 벌었습니다. 그렇게 보호소에서 지낸 지 2년쯤 된 2007년 그는 캐서린 슬레이터라는 한 간호사를 만나게 됩니다.
캐서린은 그 보호소에서 야간 근무를 막 시작한 중년의 간호사였는데요. 벤자민이 가족도 없이 지내는 것을 무척 안타깝게 생각했고 그를 도와주고 싶어졌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벤자민의 얼굴을 보게 된다면 한 명쯤은 벤자민을 안다며 제보할 것으로 희망을 갖고 인터뷰했죠.
벤자민의 뉴스 인터뷰가 화제가 되면서 유명한 토크쇼인 닥터필 측에서 연락이 왔는데요. 제작진 측은 혹시나 벤자민이 기억 상실증에 걸린 척하는 것인지 알아보기 위해서 먼저 조사를 하기로 합니다.
그래서 전직 FBI 요원이자 현재는 사립 탐정으로 활동하는 헤롤드 코퍼스를 고용해서 벤자민을 조사했습니다.
그리고 몇 개월에 걸친 조사 끝에 제작진 측은 벤자민이 진실을 말하고 있다고 판단했죠. 마침내 2008년 10월 벤자민은 닥터필에 출연했습니다.
벤자민이 출연한 방송분은 엄청난 화제가 되었지만 아무도 그를 안다고 연락하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2009년 2월 캐서린은 콜린 피츠페트릭이라는 DNA 계보학 전문가를 찾아갑니다. 콜린은 족보와 DNA 관련해서 꽤 전문가였죠.
콜린은 벤자민이 파월이라는 성을 가진 가족과 상당한 양의 DNA가 일치한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벤자민의 성 역시 파월일지 아니면 단지 조상만 같은 것인지는 확실치 않았지만 1년이 넘는 연구와 조사 끝에 드디어 벤자민의 확실한 신원을 금방 찾을 수 있을 거라고 예상했었죠.
하지만 그때 벤자민은 콜린과 연락을 일방적으로 끊었습니다. 캐서린은 벤자민을 안타깝게 여겨서 신원을 꼭 찾아주고 싶어 했는데 벤자민은 콜린과 연락을 끊어버리고 더 이상 알고 싶어 하는 것 같지 않았습니다.
벤자민은 자신이 이미 오랫동안 벤자민 카일이라는 이름으로 살았기 때문에 만약 진짜 자신의 신원을 알게 된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벤자민 카일처럼 느껴질 것이라고 대답했습니다.
캐서린은 처음에 벤자민의 이러한 대답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했는데요. 시간이 지나면서 벤자민의 기억 상실증이 진짜인지 의심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2011년 2월 캐서린은 다시 보호소를 알아봐주고 선불 휴대폰을 사주면서 며칠 후 집에서 나가달라고 요구하게 됩니다.
캐서린의 집을 떠난 벤자민은 캐서린이 알아봐준 보호소로 가지 않고 플로리다로 갔습니다. 그리고 잭슨빌의 한 노숙자 쉼터에 들어가려고 했는데요.
그는 운전면허증이나 사회보장 번호가 없어서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결국 길거리를 떠돌게 되었죠.
하지만 이곳에서 또다시 벤자민의 사연이 알려지면서 한 식당 사장이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습니다. 그래서 벤자민은 그 식당에서 일을 하고 사장의 집에서 잘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이후 벤자민은 세스 무어라는 또 다른 계보학 전문가가 도움을 주겠다는 연락을 받게 됩니다.
하지만 벤자민이 이미 신원을 찾지 못한 지 10년째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언론의 관심이 줄어들었고 신원이 밝혀질 가능성이 희박해 보였죠.
그런데 2015년 6월 어느 날 아침 세스 무어는 마침내 벤자민의 진짜 신원을 알아내는 데 성공합니다.
알고 보니 파월 가문의 가족 중 한 사람의 가계도와 DNA 정보가 잘못 기재된 부분이 있었고 그 실수를 발견한 거죠.
세스 무어는 1967년 인디애나 주 라파예트에 있는 제퍼슨 고등학교 졸업 앨범에서 벤자민의 10대 시절 사진을 발견하면서 드디어 약 10여 년 만에 벤자민의 진짜 신원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벤자민 카일의 진짜 이름은 윌리엄 파월입니다. 그는 인디애나 주 라파예트에서 태어났죠. 그의 아버지는 1969년에 보트 사고로 사망했고 어머니는 96년도에 암으로 사망했습니다.
벤자민에게는 퍼먼 주니어, 토마스 로버트라는 형제가 3명이 있었는데요. 토마스는 젊은 나이에 사망했지만 아직 퍼먼과 로버트는 살아 있었습니다.
특히 큰 형 파먼은 아직도 고향에 있는 가족의 집에서 살고 있었습니다. 벤자민의 진짜 신원이 밝혀지면서 그의 형제인 퍼먼과 로버트에게 연락을 했습니다.
퍼먼의 이야기에 따르면 세계 2차 대전 참전 용사였던 아버지가 술을 많이 마시고 가족들에게 화를 내기도 했으며 특히 벤자민에게 정서적 학대가 심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벤자민은 16살이 되었을 때 홀로 집을 떠났죠. 리차드슨이라는 가족이 소유하고 있는 트레일러에서 혼자 살면서 벤자민은 그때부터 청소부를 하거나 식당에서 잡일을 했습니다.
1976년 어느 날 리차드슨의 가족 중 한 명이 저녁을 먹으러 오지 않은 벤자민을 확인하기 위해서 그의 트레일러로 갔는데요. 벤자민이 갑자기 사라졌다고 합니다. 리차드슨 가족들은 경찰에 실종 신고를 했죠.
그리고 경찰은 그 당시 빠르게 벤자민을 찾아냈는데요. 그는 콜로라도주 볼더에서 찰스라는 친구와 살면서 식당에서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퍼먼과 가족들은 벤자민의 실종 소식과 그가 볼더에서 살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편지를 보냈지만 벤자민은 전혀 답장을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 이후로는 그의 소식을 전혀 모르고 살았다고 했죠.
찰스 역시 벤자민을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찰스의 설명에 따르면 그날 갑자기 볼더로 떠난 것은 충동적인 결정이었다고 말했죠.
찰스는 벤자민과 함께 술을 잔뜩 마시다가 갑자기 이 도시를 떠나서 새로운 곳에서 살자고 말했고 충동적으로 도망치기를 결정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찰스는 1년만에 고향으로다시 돌아왔고 그 이후로 벤자민을 만난 적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벤자민은 찰스와 헤어진 1978년부터 83년까지 여러 식당에서 일했던 기록이 남아있지만 83년도부터 버거킹 뒷마당에서 발견된 2004년까지 약 20년 동안은 어떠한 공식적인 서류도 남아있지 않죠.
그의 20년의 공백은 여전히 밝혀지지 않고 있으며 그가 대체 왜 사람들에게 발견되던 날, 머리에 피를 흘린 채로 쓰러져 있었는지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에 대한 것은 전부 미스터리로 남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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