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롭던 어느 날 한 소녀가 실종됩니다. 대체 이 어린 아이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오늘의 이야기는 미국 전역을 충격에 빠뜨렸던 산드라 칸투 실종 사건인데요.
2001년 3월 8일 ‘산드라 르네 칸투’는 엄마 ‘마리아 차베즈’와 아빠 ‘다니엘 칸투’ 사이에서 태어났습니다.
산드라는 할머니, 할아버지, 엄마 세 명의 언니 오빠와 함께 캘리포니아 주 트레이시에 있는 트레일러 파크에 살았습니다.
산드라는 무척 밝고 명랑한 아이였는데요. 친구들과 옆돌기를 하는 걸 좋아했던 개구쟁이였고 주변 이웃들도 잘 돕는 착한 아이였죠.
뿐만 아니라 산드라는 누구와도 쉽게 친해지는 성격이었습니다. 처음 본 사람과도 수다를 떨 수 있을 정도로 사교적인 아이였죠.
그러던 2009년 3월 27일 여느 때처럼 밝은 모습으로 학교에서 돌아온 산드라는 엄마에게 밖에 나가서 놀아도 되냐고 물었습니다.
엄마 마리아는 흔쾌히 그러라고 했습니다. 트레일러 파크의 주민들끼리는 서로 잘 알고 있었고 평소에도 각 집에 아이들끼리 만나 놀러 다니곤 했기 때문이었는데요.
신난 산드라는 웃으며 쏜살같이 달려나가 친구네 집들을 돌아다니며 친구들을 불러냈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산드라의 마지막 모습이었죠.
시간은 벌써 저녁 8시 보통 때였다면 산드라가 집에 돌아오고도 남았을 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산드라는 연락도 없이 집에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엄마 마리아는 점점 걱정이 되기 시작했고 산드라가 자주 어울렸던 친구들의 집으로 전화를 걸어 산드라와 함께 있냐고 물었는데요.
하지만 아무도 산드라가 어디에 있는지 알지 못했습니다.
마음이 급해진 마리아는 밖으로 뛰쳐나가 동네를 뛰어다니며 산드라를 애타게 찾았습니다.
아마 산드라가 뭔가에 정신이 팔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집에 오는 것을 잊어버렸나 보다 하고 생각하면서요.
하지만 동네 어디에서도 산드라는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산드라가 갈 만한 장소를 다 뒤져봤는데도 그녀를 찾을 수 없었고 불안해진 마리아는 바로 경찰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얼마 후 경찰이 도착해서 트레일러 파크를 샅샅이 뒤지기 시작했습니다.
이웃 주민들을 모두 찾아가 산드라의 행방을 물었지만 아무도 산드라가 어디에 갔는지 알지 못했죠.
다행히도 산드라의 집 현관에는 cctv가 설치되어 있었는데요. 거기엔 산드라의 마지막 모습이 녹화되어 있었습니다.
cctv 장면에서 산드라는 한껏 신난 모습으로 집을 향해 걸어옵니다. 그런데 집에 바로 앞에서 무언가를 본 듯 방향을 틀어 화면 밖으로 사라집니다.
그리고 8분 후 차량 한 대가 산드라가 걸어간 반대 방향으로 지나가죠. cctv 장면을 본 경찰은 산드라가 납치되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하고 마리아에게 여러 가지를 물었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경찰은 산드라의 부모인 마리아와 다니엘이 이혼한 상태이며 산드라의 양육비와 관련해서 갈등을 겪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죠.
자연스럽게 경찰은 아빠 다니엘이 산드라를 데리고 간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조사 결과 다니엘은 이 사건과 관련이 없다는 사실이 금방 밝혀집니다.
다음 날 대대적인 경찰 인력이 동원되어 마을을 샅샅이 수색하기 시작했습니다.
산드라를 찾기 위해 헬리콥터와 수색견까지 투입되었고 주변 강을 수색하기 위해 다이버들까지 동원되었지만 아무것도 찾을 수 없었습니다.
결국 산드라의 실종 소식은 뉴스에까지 보도되었고 산드라의 가족들은 2만 달러의 보상금까지 내걸었습니다.
산드라의 소식을 들은 사람들은 멀리에서까지 찾아와 자발적으로 전단지를 돌리는 등 많은 도움을 주었죠.
이후 FBI까지 수색에 참여했고 산드라가 실종된 트레일러 파크 주변에는 바리케이드가 설치되었습니다.
이때 마리아에게 이상한 문자 하나가 도착합니다. 제가 4시쯤 뭔가 도둑 맞았다고 경찰에게 좀 전해주세요.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요 이웃 중 한 명인 멜리사 하커비가 보낸 문자였습니다. 멜리사는 산드라의 친구의 엄마였고 지역 교회에서 주일 교사로 일하고 있었죠.
어떤 이유에선지 멜리사는 자신이 도둑 맞은 여행 가방이 산드라의 실종과 연관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경찰은 멜리사의 제보에 별다른 관심을 두지 않았고 다른 방향으로 수사를 이어나갔습니다.
FBI는 예상되는 용의자의 특징들을 추정해 용의자 프로필을 만들었는데요.
백인, 나이는 25세 ~ 40세, 미성년자, 관련 범죄 이력 놀랍게도 이 프로필에 들어맞는 사람들이 동네에 몇몇 존재했습니다.
그리고 그 중에서 경찰들은 한 남자에 주목하게 됩니다. 이 남자는 2년 전 산드라에게 입을 맞췄던 전력이 있는 남자였습니다.
경찰들은 즉시 그를 연행해 경찰 조사를 벌였지만 산드라의 실종과 어떤 연결고리도 찾을 수 없었습니다.
결국 경찰들은 그를 돌려보낼 수밖에 없었고 계속해서 그를 주시하기로 합니다.
한편 산드라의 가족들은 산드라가 무사히 돌아오길 바라며 촛불 기도회를 열었습니다. 수색에 참여했던 수많은 자원봉사자들과 경찰들 이웃 주민들까지 모두 함께 하는 자리였죠.
한창 행사가 진행되던 와중에 누군가가 미친 듯이 울부짖으며 달려오기 시작했습니다.
제정신이 아닌 것처럼 보이는 한 여자가 숨을 헐떡거리며 달려와 경찰에게 무언가를 건네고는 땅에 나뒹굴었습니다.
그녀가 건넨 것은 한 장의 쪽지 거기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습니다.
“산드라는 훔친 여행 가방에 갇혔습니다. 바체티 로드와 화이트홀 로드에서 물에 던져졌어요.”
목격자로부터 결정적일 수도 있는 제보였지만 쪽지에는 어딘가 이상한 점들이 발견되었습니다.
오엔을 오앤이라고 쓰는 철저한 실수를 한 것도 이상했지만 무엇보다도 이 쪽지를 들고 온 여자가 멜리사였다는 것이 의혹을 증폭시켰죠.
일전에 여행 가방을 도둑맞았다고 문자를 보냈던 그 여자 말입니다. 경찰은 그동안 멜리사를 용의자로 생각할 여지가 없었습니다.
그녀가 지역 교회에서 주일 교사로 일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딸의 친구를 살해할 동기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었죠.
하지만 현재까지 나온 모든 단서의 중심에 멜리사가 있었습니다.
처음엔 경찰은 멜리사를 그저 관심을 끌려는 사람 정도로 생각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멜리사를 가장 강력한 용의자로 지목하게 됩니다.
멜리사는 경계선 인격장애와 양극성 장애 정신분열증을 앓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어딘가 횡설수설하는 모습에 경찰들은 멜리사가 직접 족지를 써서 건네줬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죠.
물론 이 쪽지가 거짓일 가능성도 있었지만 만약 사실이라면 결정적인 증거였기 때문에 경찰들은 다이버들에게 의뢰해 쪽지에 적혀 있던 바체티로드와 화이트 홀로드 주변의 강을 수색하게 됩니다.
하지만 강의 수질이 너무 열악해서 한 치 앞을 보기도 힘들었고 수색은 곧 중단되었습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고 많은 사람들이 산드라를 찾기 위해 노력했지만 이제 산드라가 살아있다는 희망은 거의 없는 거나 마찬가지인 상황이 되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경찰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옵니다.
주변 농장의 농부가 연못에 물을 빼내다가 여행 가방을 발견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그리고 모두의 예상대로 그 여행 가방 안에서 산드라가 발견되었죠.
부검 결과 사망 직전에 무언가로 구타당한 흔적이 발견되었고 진정제인 자낙스가 검출되었습니다.
산드라가 아직 살아있다는 희망을 버리지 못하고 있던 그녀의 가족에게는 그야말로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이었습니다.
경찰은 이 사건을 실종 사건에서 살인 사건으로 전환하고 강력한 용의자로 멜리사를 지목했습니다.
다시 cctv 화면을 보면 산드라는 집을 향해 걸어가다가 멜리사의 집 쪽으로 방향을 꺾었고 멜리사는 8분 후 그녀의 차를 운전해 어디론가 사라집니다.
이전 경찰 조사에서 멜리사는 실종 당일 저녁 5시쯤 교회에 갔다가 6시 반쯤 집으로 돌아왔다고 진술했습니다.
확실한 알리바이였죠. 하지만 그녀의 집에서 범행에 쓰인 것으로 추정되는 물건이 발견되면서 멜리사의 진술은 거짓으로 드러났습니다.
발견된 물건은 바로 제빵 할 때 쓰이는 도구인 밀대였는데요. 이 밀대는 손잡이가 구부러져 있었고 빨간색 얼룩이 묻어 있었습니다.
감식 결과 밀대에서는 산드라의 DNA가 검출되었습니다. 그리고 멜리사의 책상에서는 노트도 발견되었는데요.
노트에는 무언가를 쓰고 다시 가리려는 듯 볼펜으로 휘갈긴 흔적이 있었죠. 이후 필적 전문가가 감정한 결과 바체티 로드 화이트 홀로드라고 적어 썼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이전에 멜리사가 건넸던 쪽지는 그녀가 스스로 쓴 쪽지였던 것입니다.
게다가 한 커플이 실종 당일 저녁 5시에서 6시 반 사이에 멜리사가 연못 근처에 있던 것을 봤다고 증언하기까지 했습니다.
멜리사의 모습이 어딘가 초조해 보였고 서둘러 연못을 떠나는 모습이었다고 진술했죠.
경찰들은 즉시 멜리사를 체포하기 위해 그녀의 집으로 갔지만 집 안 어디에서도 그녀를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 시각 멜리사는 자살 시도를 해 병원 응급실에 있는 상태였죠. 그리고 퇴원 직후 멜리사는 산드라 살인 혐의로 체포되었습니다.
경찰 조사에서 멜리사는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했습니다. 하지만 경찰들이 제시한 증거들을 보고 멜리사는 울음을 터뜨리며 산드라의 죽음은 사고였다고 말했습니다.
멜리사에 따르면 사건 당일 멜리사와 그녀의 딸 그리고 산드라 세 사람은 숨바꼭질을 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산드라는 여행 가방 안에 들어가 숨었고 가방 안에서 스스로 지퍼를 잠갔습니다.
그렇게 한참 놀이가 진행되던 중 멜리사는 잠깐 다른 곳에 정신이 팔려 숨바꼭질을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잊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평소처럼 교회에 나가기 위해 준비를 했고 산드라가 숨어 있던 여행 가방을 트렁크에 싣고 교회로 갔습니다.
몇 시간 후 멜리사는 여행 가방에서 산드라가 산소 부족으로 질식사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패닉에 빠진 멜리사는 여행 가방을 연못에 던져버렸던 것이죠. 여기까지가 멜리사의 이야기였는데요. 물론 그녀의 진술은 모두 거짓말이었습니다.
많은 증거와 부검 결과로 경찰은 이미 그날의 진실에 대해 알고 있었습니다. 멜리사는 그날 산드라에게 교회에 함께 가자고 꼬드겼습니다.
교회에 도착한 멜리사는 산드라에게 약을 먹여 정신을 잃게 만든 후 나쁜 짓을 했습니다. 그리고 여기에 앞서 증거로 제출되었던 밀대가 사용되었죠.
멜리사는 이 사실을 숨기기 위해 알코올로 입과 코를 막아 산드라를 살해했습니다.
게다가 경찰은 이번 납치 살인이 우발적인 범죄가 아니라 계획적인 범죄였다는 사실도 밝혀냈습니다.
사건 며칠 전 멜리사가 자신의 손녀의 시신을 여행 가방에 숨겼던 한 남자의 이야기를 읽었다는 컴퓨터 기록을 발견한 겁니다.
결국 멜리사는 아동 납치와 강간 1급 살인으로 기소되었습니다. 그리고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입니다.
재판 당일 산드라의 아빠 다니엘은 발언 중 울음을 터뜨리며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아프게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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