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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사람은 면제해줘야지..” 첫 100일 휴가를 나온 군인이 휴가 기간 동안 노가다 판에서 일할 수 밖에 없던 이유에 많은 이들이 눈물을 흘렸습니다.

준호씨는 고교 때부터 가장역할을 했습니다. 준호씨의 엄마는 준호씨가 9살 때 이혼한 뒤 소식이 끊겼고, 사업에 실패한 아버지는 3년 전쯤 집을 나갔습니다.

그래서 준호씨는 학교가 끝나면 패스트푸드점에서 밤 12시까지 청소를 한 뒤 다음날 새벽 4시에 일어나 신문을 돌렸습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는 일식집에서 하루 12시간씩 음식을 날랐고, 2년 전 할아버지가 세상을 떠났을 때, 준호씨는 119의 도움을 받아 인근 병원에서 혼자 상을 치렀습니다. 그는 “할아버지께 외식 한번 못 시켜드린 게 가슴 아파 그때 많이 울었다”고 했습니다.

그로부터 얼마 안되서 군에 입대하게 된 준호씨는 홀로 남을 할머니를 위해 몇 달간 한푼도 안 쓰고 모은 300만원을 입대하는 날 건넸습니다. 그 돈을 소식도 없던 아버지가 찾아와 가져가버리는 바람에 할머니가 난방이 끊긴 방에서 자다 앓아 누운 것이었습니다.

훈련소에서 훈련 받는 동안에도 그는 할머니 걱정으로 몰래 울다 동기들에게 들켜 놀림을 받기도 했습니다.

백일휴가를 나가자마자 집으로 곧장 달려갔고, 할머니는 난방도 안되는 방에 웅크리고 누워계셨습니다. 준호씨는 휴가기간 동안 노가다판에서 일을 하였고, 번 돈을 모두 할머니께 전해주고 군대로 돌아왔습니다.

군대에 다시 돌아온 후 ‘할머니가 자신이 없는 사이에 돌아가시면 어쩌나’하는 걱정이 더 심해진 준호씨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자신이 소속된 1포병여단 예하 쌍호부대(경기도 파주시) 생활관 분대장을 찾아가 사정을 털어놨습니다.

본부 행정보급관 박종건 상사는 “궂은 일 도맡아 하고 예의바른 준호에게 그런 어려움이 있다는 사실에 모두들 놀랐다”고 말했는데요.

상황이 알려지자 부대 전체가 준호씨를 돕는 데 적극 나섰습니다. 대대장의 지시로 박 상사와 무선반장은 준호씨 집을 찾아가 할머니를 보살폈고, 아버지 주민등록을 말소해 할머니에게 매월 15만원의 정부보조금이 지급되도록 했습니다.

동사무소 사회복지사를 만나 할머니를 잘 돌봐달라는 부탁도 했는데요. 지난 20일에는 부대의 배려로 준호씨가 특별외출을 나와 할머니를 몇 시간이나마 돌볼 수도 있었습니다.

같은 부대 350명의 장병들이 월급을 쪼개 150만원을 모금해 줬지만, 준호씨가 제대할 때까지 할머니의 월세와 생활비로는 부족했습니다.

그러다 박 상사가 조선일보·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벌이는 ‘우리이웃―62일간의 행복나눔’ 기사를 보고 사연을 적어 보냈고 이에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담당 사회복지사와 연계해 20개월간 월세·생활비 등 총 840여만원을 할머니에게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준호씨는 예전에는 남의 도움 받는 것이 싫어 학교 선생님이 용돈을 챙겨줘도 받지 않았지만, 이젠 생각이 바뀌었다고 했는데요.

“제가 어려울 때 받은 사랑을 나중에 더 어려운 이들에게 보답하면 된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현재 부대에서는 의가사제대(依家事除隊) 등 준호씨를 위한 조치를 강구 중이지만, 준호씨는 되도록 만기 제대를 할 생각입니다.

“병역의무는 대한민국 남자라면 누구나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니까요. 언제 제대를 하든 남보다 몇 배 더 열심히 군생활을 할 거예요.”

준호씨는 “일식요리를 밑바닥부터 착실히 배워 요리사가 되는 것이 꿈”이라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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