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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가뭄으로 발견된 호수 밑에 숨겨져 있던 3400년 전 고대왕국

2022년 6월 20일 미국 CNN에서 놀라운 뉴스가 보도됩니다. 극심한 가뭄으로 이라크의 티그리스강에 위치한 모술 댐의 수위가 낮아지면서 물속에 잠들어 있던 고대 도시가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조사 결과 유적지는 고대에 번성했던 왕국으로 밝혀졌으며 지진으로 파괴된 후 수몰된 것으로 추측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역사 속에서 완전히 자취를 감춘 채 수천 년을 물속에 잠겨 있었던 것이죠.

이번 발견은 이라크에서 보고된 모든 고고학적 발견들 중 가장 위대하며, 베일에 쌓인 고대 문명 미타니 왕국으로 가는 열쇠를 손에 넣었다고, 이라크의 고고학자들은 기쁨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이라크와 독일 양국의 고고학자로 구성된 유적 발굴단의 책임자, 하산 아흐메트 카심 박사는 이번 발견으로 고대 문명사의 빈 공백을 메울 수 있으리라 확신했습니다.

그가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이유는 해당 유적이 다름 아닌 미타니 왕국의 흔적이었기 때문인데요.

미타니 왕국은 지금으로부터 3400년 전 메소포타미아 북부 전역을 지배했던 초강국입니다. 고고학자들은 고대 문명을 연구할 때 이집트 기록물을 기준으로 삼는데요.

고대 이집트의 외교 문서인 아마르나 서신을 보면 미타니 왕국의 왕을 파라오와 동급으로 표현한 걸 볼 수 있죠. 이는 주변국의 다른 왕들과는 차원이 다른 특별 대우였습니다.

타국의 왕으로서 이집트의 절대 권력자인 파라오와 동등한 지위를 누렸다는 점, 양국이 몇 차례나 결혼 동맹을 맺었다는 점을 볼 때 당시 미타니 왕국의 위상을 짐작할 수 하지만 정작 미타니 왕국에 대해서는 밝혀진 사실들이 거의 없다고 하는데요.

왕국의 존재는 입증되었지만 실질적인 유적이 발견되지 않아 상당 부분이 미스터리로 남아 있었죠. 미타니 왕국은 고대 문명사에서 가장 적게 연구된 제국입니다.

단편적인 기록 외에는 남아있는 자료가 거의 없어서 왕국의 세부 역사는 물론 수도의 위치가 어디인지 조차 명확하게 파악되지 않고 있었죠.

고대 이집트의 라이벌이자 동맹국으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으나 지금은 흔적조차 찾기 힘든 수수께끼의 제국, 존재 자체가 신기루 같은 미타니 왕국에게 전 세계 고고학자들의 관심이 쏠린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입니다.

고고학계를 발칵 뒤집어 놓은 유물이 미타니 왕국에서 만들어졌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부터인데요.

바로 고고학 최고의 미스터리로 꼽혔던 투탕카멘의 단검입니다.

1925년 2월 3일 석관의 뚜껑이 열리고 황금 마스크를 쓴 소년왕의 미라가 세상에 드러났을 때 사방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습니다. 그리고 왕의 미라 위에서 아름다운 단검이 발견됐을 때 탄성은 의문으로 바뀌었습니다.

3000년 만에 발굴된 단검은 조금도 녹슬거나 부식되지 않고 새것처럼 반짝였기 때문입니다. 투탕카멘 무덤 발굴 당시 함께 발견된 유물 하나가 학계에 엄청난 논란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바로 두 자루의 단검이었는데요. 하나는 칼날이 금으로 되어 있었고 다른 하나는 철로 만들어져 있었죠.

이 중 철제 단검의 존재는 고고학자들을 혼란에 빠뜨렸습니다. 투탕카멘은 이집트가 철기 시대에 진입하기 전 청동기 시대에 살았던 인물입니다.

철제 기술 자체가 없던 고대 이집트에서 강철 단검은 만들고 싶어도 만들 수 없는 시대를 초월한 유물인 셈이죠.

그런 강철 단검이 발굴되면서 소재와 출처를 둘러싸고 수많은 의혹이 제기됐는데요. 몇십 년간 이어지던 미스터리는 2016년 밀라노 폴리테크닉 대학교 연구진들에 의해 새로운 국면을 맞습니다.

밀라노 연구진은 “투탕카멘의 단검은 우주에서 떨어진 운석을 가공한 운철로 만들어졌습니다” 라고 밝혔기 때문이죠.

칼날의 품질로 볼 때 숙련된 장인에 의해 만들어진 것으로 보였고, 이는 고대 미타니 왕국에서 제작된 것으로 미타니의 9대 왕이었던 투슈라타가 제작해 투탕카멘의 할아버지인 아멘호텝 3세에게 선물했다는 고대 기록을 찾았다고 전했습니다.

지구에 떨어지는 운석은 대부분 땅에 닿기 전 전소됩니다. 그중 간혹 운석의 일부가 타지 않고 지상에 떨어지는 경우가 있는데요.

이 경우 대기권에 진입하는 과정에서 불순물이 모두 타버리고 철과 니켈의 함유량이 극대화되면서 철질 운석으로 바뀌게 됩니다. 그 철질 운석으로 가공한 것이 바로 운철이죠.

이렇게 하늘에서 내려온 운철로 만든 검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성스러운 보물로 여겨졌습니다. 할아버지인 아멘호텝 3세의 손에서 손자 투탕카멘에게 전해진 운철 단검도 그 중 하나였죠.

이로써 단검 출처에 대한 미스터리는 풀렸는데요. 의문은 여전히 남습니다.

철기 시대에 진입하기 전이었던 건 이집트나 미타니 왕국이나 마찬가지였는데 그들은 대체 어떻게 운철로 단검을 만들 수 있었던 걸까요.

미스터리의 바통은 이집트에서 미타니 왕국으로 넘어갔습니다. 이에 대해 미타니 왕국 유적 발굴달은 다음과 같은 말을 전했습니다.

운철이 처음부터 완벽한 칼날 모양으로 떨어진 게 아닌 이상 운철로 단검을 만들기 위해서는 고도의 재현 기술이 필요하다 미타니 왕국이 어떻게 그러한 고도의 기술력을 갖추고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밝혀진 내용이 없다.

고도의 문명을 일으켰던 이집트를 추월해 철제련 기술을 보유했던 미타니 문명의 수준은 어느 정도였던 걸까요?

이 비밀을 밝히기 위해 유적 발굴단은 미타니 왕곡 유적지에서 고대 궁전, 거대 요새, 다층 창고 등 대규모 건축물을 발굴해냈습니다.

창고 유적에서 찾은 다섯 개의 항아리 안에는 쐐기 문자가 조각된 100여 개의 점토판이 들어있었습니다.

오랜 시간 물속에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점토판이 이토록 완벽하게 보존됐다는 건 기적에 가깝다고 전문가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문자가 해독되면 잃어버린 고대 역사의 한 페이지를 채워 넣을 수 있다는 생각에 그들은 흥분되기 시작했죠. 그런데 발굴 작업에 점점 더 속도가 붙어가는 이때 아쉽게도 모술 댐의 수위가 다시 차오르기 시작했습니다.

발굴단은 유적지가 손상되는 것을 막는 최소한의 조치만 취하고 현장에서 철수할 수밖에 없었는데요.

유적이 또 언제 다시 수면 위로 드러날지는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빠르면 몇 년 후가 될 수도 있지만 늦으면 몇 십, 몇 백 년이 더 걸릴 수도 있죠.

수천 년 만에 나타난 고대 문명은 이렇게 다시 깊은 물속으로 가라앉았는데요. 과연 미타니 왕국은 언제쯤 다시 모습을 드러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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