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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년만에 밝혀진 이스터섬 ‘모아이 석상’에 감춰져 있던 충격적인 비밀

태평양 한가운데 우뚝 솟아 있는 섬 하나. 수천km 주변에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미지의 땅, 이스터섬.

처음 사람의 발길이 닿은 시기가 언제인가부터, 거대한 모아이 석상을 어떻게 제작하고, 또 어떤 방식으로 옮겼는지까지. 정확한 기록이 남아 있지 않으며, 명확한 과학적 근거도 부족해 온갖 추측과 가설만 제기되어 왔습니다.

이스터섬이 세상에 처음으로 알려진 것은 300년 전인 1722년, 네덜란드의 탐험가 야코프 로헤베인 덕분이었습니다.

탐험가와 선원들은 이스터섬에 처음 도착하고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이곳에서 가장 가까운 육지는 남아메리카 대륙의 칠레인데, 무려 약 4000km 떨어진 거리였죠.

칠레에서 비행기를 탄다고 해도 6시간이나 걸리는 거리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이곳에 사람이 정착해서 살고 있는지, 탐험가는 깜짝 놀랐습니다.

당시 이스터섬에는 원주민 3000명이 살고 있었다고 하는데요. 충격적인 일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이스터섬에는 이미 문명이 발달해 있었습니다. 그걸 단적으로 증명하는 게 바로 ‘모아이 석상’이었는데요.

이스터섬 전체에는 약 1000개의 모아이 석상이 세워져 있습니다. 이 석상들의 평균 크기는 4m로, 사람의 키를 훌쩍 뛰어넘는 수준입니다.

또한 길이 20m, 무게 100톤이나 되는 초대형 모아이 석상까지 발견되며 전 세계를 발칵 뒤집어 놓았습니다. 이런 석상을 제작하려면 엄청난 자원과 노동력, 정교한 사회 시스템, 고도화된 문화 및 기술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죠.

가장 먼저 풀어야 할 미스터리는, 원주민들이 태평양 한가운데에 있는 이스터섬으로 언제 이동해서 정착하기 시작했는지였습니다.

이스터섬은 약 50만 년 전, 화산 활동으로 인해 생겨난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후 사람은 물론, 동물도 살지 않는 땅이었습니다.

고고학자들은 이 섬에 언제부터 사람이 살기 시작했는지 분석해봤는데요. 학설에 따라 300년경부터 1200년경까지, 전문가들의 의견이 분분했습니다.

그러다 최근에는, 1200년경에 최초로 폴리네시아인들이 이스터섬에 정착했다는 주장이 정설로 받아들여지게 됐습니다.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당시 이스터섬에는 야자수가 1억 그루 이상 있었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원주민들은 야자수 숲을 개간하여 농사를 짓고, 열매를 채취하고, 바다에서 조업을 하면서 이 땅에 정착하기 시작했습니다.

점차 사회가 안정, 발달하면서 인구는 폭발적으로 증가했습니다. 가장 많았을 때는 인구가 1만 5천명에 육박하기도 했다는데요.

그렇게 문명이 생겨나면서, 드디어 모아이 석상이 제작되기 시작했습니다. 모아이 석상은 13세기 무렵부터 세워진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이 시기는 원주민들이 이스터섬에 최초로 정착한 시기와 맞물리면서, 미스터리의 첫 단추가 채워졌습니다.

그렇다면, 원주민들은 왜 거대한 석상을 제작했을까요? 처음에는 원주민들이 종교적, 주술적 의미로 석상을 만들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수많은 모아이 석상들이 줄지어 세워져 있는 곳. 길이 40m, 높이 2.4m의 초대형 제단입니다.

전문가들은 석상들이 제단 위에 나란히 놓여 있는 점, 석상들이 하늘을 응시하는 방향으로 설치된 점 등을 미루어봤을 때, 종교적 의미가 크다고 판단했습니다.

물론 이스터섬에 거주하는 부족 간의 경쟁과 세력 다툼의 산물이라는 학설도 있었는데요. 부족끼리 경쟁적으로 석상을 제작하며, 서로 세력을 과시하려고 했다는 주장이었습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이 주장은 반대에 부딪혔습니다. 고고학자들의 연구 결과, 이스터섬에 존재하는 모든 석상들은 섬 중앙에 있는 채석장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각 부족들이 이곳에 모여, 서로 협동하고 합심하면서 모아이 석상을 제작했다는 학설에 무게가 실리게 됐죠.

하지만, 무엇보다도 풀리지 않았던 미스터리는 따로 있습니다. 최대 무게가 100톤에 달하는 이 돌덩어리를, 도대체 어떻게 옮겼냐는 것입니다.

모아이 석상은 섬 중앙의 채석장에서 제작돼, 섬 끝의 해안가까지 옮겨졌습니다. 사람의 힘만으로 약 1000개의 석상을 옮겼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워 보였죠.

기존에는 야자수를 이용해 석상을 옮겼다는 설이 가장 유력했습니다. 고인돌의 제작 원리처럼, 석상 밑에 나무를 여러 개 깔고 썰매처럼 끌면서 운반했다는 주장이었는데요.

하지만 이 주장은 설득력이 약합니다. 왜냐하면, 이스터섬은 평지보다 울퉁불퉁한 땅이 더 많기 때문이죠. 이런 땅에서 나무 위에 수십 톤에 달하는 석상을 올린다면, 나무 중심부가 금세 부러지게 됩니다.

또한 땅에 버려진 모아이 석상의 위치 및 형태가 제각각인 점을 고려했을 때, 석상을 세워서 운반했다는 설이 더 유력해보였습니다.

석상을 세워서 운반하다가, 부서지거나 쓰러진 석상들이 그대로 방치되었다는 뜻인데요.

문제는, 이 엄청난 무게의 석상을 어떻게 ‘세워서’ 옮기냐는 것입니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대와 하와이대 공동 연구진이 그 비밀을 밝혀냈습니다. 원주민들의 언어인 라파누이어에는 ‘네케네케’라는 말이 있는데, 이는 ‘다리 없이 걷기’를 뜻한다고 하는데요. 쉽게 말하면 펭귄처럼 뒤뚱거리며 걷는 모양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여기서 착안해, 연구진은 모아이 석상을 세워서 뒤뚱 걸음으로 걷도록 실험해봤습니다. 4.4톤짜리 모아이 석상을 밧줄로 묶고, 양쪽에서 번갈아 가며 힘을 주자 실제로 석상이 앞으로 이동했습니다. 이들은 이 방식으로 1시간에 약 100m가량 석상을 운반했다는데요.

연구진이 모아이 석상의 3차원 모델을 만들어 분석한 결과, 무게중심은 석상의 중심부에서 약간 앞쪽에 위치해 있었죠. 그래서 적은 힘으로도 석상을 운반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아직까지도 그 모아이 석상의 미스터리는 온전히 풀리지 않았는데요. 그들의 시선이 향하는 그 끝에 아직 풀리지 않은 비밀들이 잠들어 있지는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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