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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도 꺾여진 고장난 앞 바퀴로 착륙 강행한 비행기의 마지막 순간

목적지를 향하지 못하고 3시간째 같은 지역을 선회하고 있는 여객기, 착륙 장치가 고장난 이 여객기는 한 방송사에 의해 라이브로 송출되고 있었다.

그 화면은 기내 140명의 승객에게도 고스란히 중계되고 있었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선 자신들의 모습 그것은 형언할 수 없는 공포였다.

2005년 9월 21일, LA 할리우드 밥호프 공항 승객 140명과 승무원 6명을 태운 제트블루 292편 에어버스는 뉴욕에 도착할 예정이었고, 이륙은 순조로웠다.

이륙 15분 후 조종 계기판 모니터에서 갑자기 경고음이 울렸다. 항공기 착륙 장치가 접히지 않았던 것이다.

조종사는 먼저 기체를 우회하여 지상 관제실과 긴급하게 통신을 시도했다.

항공기 외부의 착륙 장치가 현재 어떤 상태인지 육안으로 확인하는 것이 급선무였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조종사는 관제탑 상공을 낮게 비행하였다.

외부에서 착륙 장치의 확인이 용이하도록 유도한 것이다. 사태의 심각함을 인지한 지상 관제실은 다각적으로 대책을 강구했다.

이윽고 보도용 헬기가 제트블루 292편에 다가가 착륙 장치를 망원렌즈로 촬영을 했다. 결과는 악조건이었다. 착륙 장치가 왼쪽으로 90도 꺾여져 있었다.

기장은 이 상태로 목적지인 뉴욕까지 갈 수 없다고 판단했고 그래서 부기장과 논의 끝에 L.A 국제공항에 착륙시키기로 결정했다.

이곳은 긴 활주로와 대규모 비상지원 서비스 등 만일을 대비한 비상 착륙에 최적의 조건이었기 때문이다.

이제 남은 것은 한 가지 착륙을 위해 기체의 중량을 최적으로 유지해야 하는 것 밖에 없었다.

착륙 장치가 지면에 닿으면서 화재나 폭발 등 위험 요소를 최소화 시킬 수 있는 착륙 중량을 의미했다.

가장 큰 위험 요소는 기체의 연료, 이륙한지 몇 분만에 발생된 기체 결함으로 남아있는 연료는 가득했다.

최적의 착륙 중량을 위해 선택한 가장 안전한 방법은 남은 연료를 소모하기 위하여 공중을 계속 선회하는 것이였다.

그렇게 비행기는 무려 3시간 동안 공중에 머물렀다. 140명의 탑승객들의 긴장은 절정에 이르고 있었다.

승객들은 안전한 착륙을 위해 간절히 기도했고 기내의 긴박한 상황을 촬영하는 승객들도 있었다.

“만약 무슨일이 생기면, 모두 잘 돌봐줘”

그 사이 지상의 방송 매체는 생중계로 제트블루 292의 긴급 상황을 전파했다. 여객기 위성 TV에 자신들의 상황이 고스란히 중계되자 기내는 대혼란이 일어났다.

많은 승객들은 울기 시작했다. 삶의 마지막이 될 수도 있다는 절박한 생각에 가족들에게 문자를 보내고 되지도 않는 통화를 계속 시도하고 있었다.

승객 중에는 시나리오 작가 ‘자크 딘’도 공포 속에 있었다. 이제 승객과 승무원 146명의 운명은 오직 한 사람 조종사의 몫이다.

지상에서는 비상 착륙에 만전의 준비를 대비했다. 가용한 장비와 인력이 숨을 죽이고 대기했다.

이제 착률할 타이밍이 왔다. 90도로 꺾여진 착륙 장치가 얼마나 버틸지기체의 균형이 무너지면 어떻게 될지 예측하기 싫은 위험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하지만 조종사는 노련했고 랜딩기어를 내리기 전에 최대한 오랫동안 기체의 뒷 바퀴에 의지한 채 착륙을 시도했다.

그리고 아주 천천히 꺾여진 앞 쪽 바퀴가 강력한 스파크에 화염이 치솟더니 순식간에 타기 시작했다.

기내는 다시 한번 아수라장이 되었다. 기체의 스피드를 줄이고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조종사는 안간힘을 다하고 있었다.

마침내 기체가 멈췄고 승객의 환호를 받은 제트블루 292편 조종사 ‘스캇 버크’의 기지는 최선의 결과를 가져왔다.

부상자 한명 없이 여객기 계단을 통해 내려와 가족들의 품에 안겼다.

그리고 탑승객이었던 시나리오 작가 ‘자크 딘’은 죽음의 공포를 체험했던 이 사건을 토대로 영화 ‘데드폴’을 쓰게 되었다.

한편 조종사 ‘스캇 버크’는 “기체가 착륙할 때 중앙선에서 15cm 정도 벗어나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라며 겸손과 농담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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