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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께 왜 이따위 얼굴로 낳아놨냐며 화를 냈습니다.

제 얼굴은 그냥 평균 이하 정도가 아니라 너무너무 못생긴 얼굴입니다. 얼굴 좀 작다 싶은 애들과 비교하면 정말 거짓말 안하고 머리와 얼굴이 두배는 더 큽니다.

옆광대도 튀어나와있고, 심한 사각턱에 하관도 정말 큰 편이에요. 앞광대와 이마는 볼륨감이라곤 전혀 없이 평평하고 코도 낮은 복코라 안 그래도 크고 넙데데한 얼굴이 더 그래 보입니다.

이목구비는 큰 얼굴에 반해 작고 몰려있어서 사진을 찍으면 얼굴 외곽이 이목구비보다 더 커보여요. 작고 꽉 막한 무쌍 꼬막눈에 얇고 작은 입술, 낮은 코도 작은 편입니다.

거기에 한쪽 뼈가 더 커서 안면비대칭도 심하고 까만 피부와 심한 여드름, 그리고 얼굴을 뒤덮은 여드름 흉터까지 정말 사람이 이렇게까지 못생길 수 있구나 싶게 생겼습니다.

웃기게 생기지도 않았어요 그냥 너무너무 못생겼습니다.

다이어트를 해봐도 그냥 뼈가 크니 얼굴이 더 커보이고 15kg를 빼서 160에 45인데 얼굴만 보면 사람들이 제가 살뺀 줄도 모릅니다. 오히려 턱과 광대만 더 도드라져 보이구요.

아무리 빡세게 화장을 해도 평균조차도 못미칩니다. 얼굴 때문에 성형수술 받다 죽어버리고 싶다는 생각까지 했었어요.

하지만 그나마라도 조금이라도 더 나은 얼굴을 갖고 싶어서 저는 중학생 때부터 화장, 다이어트, 각종 성형이나 시술 등에 대해 모르는 게 없을 정도가 되었습니다.

코로나 때문에 다들 마스크를 쓴다는게 눈물나게 고마울 정도였어요. 청소년용이라고 나온 마스크는 들어가지도 않고 대형마스크를 써도 다 가려지지 않는 얼굴 때문에 그것대로 스트레스를 받기는 했지만요…

여튼 한동안 밖에 나가지도 않고 꾸미는데 쓰는 시간도 줄어드니 성적이 올랐습니다. 저도 제가 외모에 신경쓰느라 공부에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긴 방학을 고려해도 꽤 많이 올랐어요.

부모님은 그걸 보고 성적이 오르니 얼마나 좋냐, 외모는 나중에 가꾸는게 낫지 않겠냐 이렇게 잔소리를 시작하시더라구요.

하루에 3시간씩 화장만 하고 있는 제 모습이 얼마나 한심한지 저도 알았지만, 문득 너무 화가 났습니다.

듣다가 결국 부모님께 ‘엄마 아빠는 내게 그런 소리를 할 자격이 없다. 내 얼굴을 이따위로 낳아놓고 외모에 신경쓰지 말라는 소리가 나오냐?’ 이렇게 말을 했습니다.

그런데 두 분 다 아무말도 못하시더군요. 어릴 때부터 꼭 눈 수술을 해주겠다, 코만 해도 얼굴이 살아난다, 섀도우만 잘 발라도 눈이 훨씬 커보인다.

이런 식을 말씀하시곤 했으니 부모님인 두 분이 봐도 제가 정말 못생겼다는 걸 알고는 있었지만, 지금까지 저에게 잔소리를 하시다가 제가 이런 말을 하니 입을 다무시는 걸 보고

아, 나는 엄마 아빠가 봐도 빈말로도 예쁘다고, 최소한 평범하다고도 해주지 못하는구나, 싶어 ‘내 얼굴에 몇천만원 부어줄 것도 아니면서’ 이런 식으로 말하고 방에 들어왔습니다.

조금 있으니 엄마가 우는 소리가 들리더라구요. 사실 돈이 문제가 되는 건 아니였어요, 한번에 몇천만원을 쓰면 좀 빠듯하긴 하겠지만 못해줄 정도는 아닌 집이거든요.

부모님이 지금까지 제가 외모에 대해 신경쓰는 걸 봐주신 것도, 비싼 화장품을 사주신 것도 아마 제게 미안해서였겠죠. 외모지상주의가 다들 나쁘다곤 하지만, 고등학생인 저도 이 정도로 못생긴 외모면 남들처럼 적당한 사회 생활도 힘들거라는 걸 압니다.

사실 몇천만원을 부어도 평범한 얼굴조차도 되기 힘들 거라는 것도 알아요, 저 혼자 부모님 몰래 성형외과 여러군데에서 상담도 받아봤거든요.

저는 이기적인가봐요, 부모님이 우는 소리를 들었는데도 부모님께 죄송한 마음과 함께 여전히 내 얼굴을 이렇게 낳았다는 분노가 존재하거든요.

모순적이에요. 부모님이 어떻게 하실 수 없었던 문제란 걸 알면서도 이렇게 화가 나고 미운 걸 보면요.

부모님과는 아직 한마디도 안했어요. 제가 여기서 뭘 어찌해야할까요. 그냥 좀 살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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