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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지 줍는 할머니를 돕다 사고당한 김선웅 군… 7명에게 새 생명을 주고 떠났다…

제주도에서 할머니를 도와 길을 걷다가 사고를 당한 20세 남성의 사연이 울림을 주고 있다. 그 젊은 청년은 마지막까지 장기기증을 통해 7명의 사람들에게 새로운 생명을 선물했다.

▲ 故 김선웅군

2018년 3일 오전 3시경 제주정부청사 인근,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김선웅씨(20)의 눈앞에 무거운 수레를 끌고 가는 할머니가 보였다. 차마 지나칠 수 없었고 선웅군은 할머니를 도와 제주시 남동 정부청사 앞 횡단보도를 건너던 중 과속 차량에 치였다.

수레의 앞을 끌고 있던 선웅군은 머리를 크게 다쳤고, 급히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뇌사 판정을 받았다. 선웅군은 대학에서 요리를 배우며 꿈을 꾼 평범한 청년이었다. 또한 그는 열심히 교회를 다니며 봉사활동도 빼먹지 않았다.

2남 1녀 중 막내 선웅군은 가족의 사랑을 듬뿍받는 이쁜 아들이자 동생이였다. 제주 한라대학교 호텔조리학과에 재학하며 요리사가 되는 꿈을 키워왔으면서도 아버지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아 아르바이트를 하는 그런 속 깊은 아들이였다.

▲ 故 김선웅군

유족들은 평소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던 선웅군의 뜻을 존중해 장기기증을 결심했다. 선웅군의 심장, 폐, 각막, 신장이 7명에게 새로운 생명과 새로운 빛을 선사했다.

“선웅이가 아직 젊고 건강했으니까… 원체 좋은 사람이었기 때문에.. 남들에게 뭐라도 더 해주고 싶었을거에요.”

선웅군의 아버지 김형보씨는 아들 이름이 언급될 때마다 목소리가 떨렸다.

▲ 故 김선웅군의 아버지

장기기증 결정의 배경에는 10여 년 전 하늘나라에 가신 선웅군은 어머니의 뜻이 있었다.

갑작스러운 사고로 3년간 뇌사 상태였던 선웅군의 어머니는 선웅군이 9살 때 돌아가셨고, 선웅군을 비롯한 가족들이 장기기증을 약속했다.

장기기증을 결정한 뒤에도 그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유족들은 수술이 이뤄지기 전 사흘 동안 밤을 새워야 했다. 제주를 덮친 태풍으로 비행기를 이용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나흘간의 기다림 끝에 고통을 앓고 있는 누군가에게 선웅군의 뜻이 전해졌다.

선웅군의의 삶의 흔적은 남겨진 사람들을 통해 투영됐다. 제주시 부민장례식장에 마련된 선웅군의 장례식장에는 밤늦게까지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 故 김선웅군

교복을 입은 청소년들과 대학생활을 함께한 동기, 교회 가족들, 중·고교 교사 등 유족 예상했던 것보다 4~5배가 넘는 조문객이 몰렸다.

“우리에겐 예쁘고 잘해준 막내 아들과 동생이였습니다. 가족이니까 그럴 수도 있겠지만 많은 분들이 와주셔서 선웅이가 정말 잘 살았다고 생각했어요. 짧은 시간이었지만 저보다 더 잘 살은 것 같구나 싶더라고요.”

선웅군의 누나인 김보미씨는 눈물을 감추지 못하며 아들처럼 느껴졌던 막내 동생을 떠올렸다.

병상에서 빈소까지 함께 자리를 지킨 선웅군의 친구 송명준 씨도 “내가 힘들 때 달려와 함께 있을 때 도와준 친구였다. 아이를 좋아해 교회에서 중학생 아이들을 가르치고, 함께 놀다가 장난도 치는 그런 친구였다.” 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있던 선웅군이 천국에서는 건강하고 행복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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