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이 이혼하기로 마음 먹었다면 그건 서로를 이해하지 못한 것이 아닌 이제야 이해하기 시작한 것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미국 와이오밍에 살았던 앨리스는 그러한 이해관계를 세 번이나 거쳤습니다. 두 번의 이혼은 잘 마무리됐으나 세 번째 이혼은 좀 달랐던 앨리스, 세 번째 남편이 갑자기 사라진 것입니다.
1974년에 그녀는 화가 난 남편이 이혼 소송 이야기를 하며 집을 나간 뒤 돌아오지 않았다고 했지만 사실 그것은 그녀의 거짓말이었습니다. 그는 돌아오지 않았던 것이 아닌 돌아올 수 없었던 것이었죠.
1976년 와이오밍 프레몬트 카운트에 살던 제럴드는 얼마 전 이사 온 앨리스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세 번의 이혼을 했다는 공통점 때문에 서로 죽이 맞았던 둘, 그렇게 둘은 네 번째 결혼을 하게 됩니다.
언제나 그렇듯 신혼 초기는 행복했습니다. 하지만 1980년 여름에 제럴드의 전 부인인 버지니아가 이사를 오게 되며 무언가 틀어지기 시작합니다.
당시 버지니아는 다른 남편 사이에서 나왔던 리처드와 제럴드에 입양하였던 리건을 데리고 나타났는데 그녀가 이사로 왔던 이유는 양육비 때문이었습니다.
그녀는 매달 150달러의 양육비를 요구했지만 당시 제럴드는 여러 핑계를 대며 지급을 미루려고 했습니다.
그러자 버지니아는 아이들을 데리고 양육비를 독촉하기 위해 그가 사는 곳으로 이사를 왔던 것이죠. 당시 앨리스는 버지니아가 남편의 돈을 가로채려 한다며 잦은 마찰을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이 때문에 제럴드는 골머리를 앓았지만 한 달 만에 모든 것이 해결됐습니다. 9월 초에 버지니아와 두 아이가 실종됐기 때문이죠.
1980년 9월 13일에 프레몬트 카운티 보안관은 클레어라는 여성으로부터 자신의 딸 버지니아가 두 아들과 함께 사라졌다는 신고를 받게 됩니다.
실종된 날 버지니아는 아이들을 데리고 제럴드와 함께 사냥을 가기로 돼 있었는데 약속 장소에 그는 나타나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곳에 제럴드는 약속한 것은 맞지만 일이 있어 못 갔을 뿐 자신은 그날 그들을 본 적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파인데일 인근에서 버지니아가 운전했던 차가 발견됐지만 어디에도 그녀와 아이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차에는 탄흔과 혈흔이 남아 있었죠. 이것만으로는 살인 사건으로 분류하기 힘들었지만 당시 보안관은 이 사건에 제럴드가 엮여 있을 것이라 확신했습니다.
수사의 시작점, 누구의 이득인가를 따졌을 때 그들이 사라짐으로써 가장 이득을 보는 것은 제럴드와 앨리스였기 때문이죠.
그해 11월에 제럴드와 앨리스는 버지니아의 실종에 대해 심문을 받았지만 굳게 닫힌 그들의 입은 끝내 열리지 않았습니다.
시체 없이는 어떠한 범죄도 증명될 수 없다며 지속되는 심문을 거부했던 제럴드, 결국 아무런 단서도 발견되지 않은 채 시간만이 흘렀습니다.
영원히 해결되지 않을 것 같던 이 사건이 1994년에 앨리스 아들인 토드의 “어머니가 세 번째 남편을 살해했다”는 신고로 해결될 줄은 아무도 몰랐을 것입니다.
토드는 당시 어머니가 아버지를 살해했고 시체를 폐쇄된 광산 갱도에 버렸다고 주장했습니다.
그가 말한 광산은 주민들이 쓰레기나 동물의 뼈를 많이 버렸던 장소였기에 토드가 말한 아버지의 유골을 찾기까지는 19년이라는 시간이 걸렸습니다.
물론 중간에 수사가 중단된 적도 있었기에 더 오래 걸리긴 했지만 수사관들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고 그렇게 발견된 유골은 DNA를 통해 확인됐습니다.
2013년 9월 26일에 체포된 앨리스, 과거 이혼 소송을 하고 사라졌다는 세 번째 남편의 유골 사진을 보여주자 결국 그녀는 범행을 인정했습니다.
앨리스가 체포된 다음 날 제럴드는 보안관에게 대화가 하고 싶다며 경찰서에 방문했습니다. 아내가 버지니아와 두 아이를 살해한 혐의로 체포된 것이라 생각했기에 일어난 일종의 해프닝이었죠.
그렇게 자진해서 신문을 받은 제럴드는 자신이 버지니아와 두 아이를 살해한 뒤 프레몬트 호수에 유기했다는 자백을 하게 됩니다.
과거 보안관의 예상대로 양육비를 주기 싫어 범행을 저질렀다는 제럴드, 2013년에 그는 3개의 종신형을 선고받았습니다.
2014년 8월 26일에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앨리스는 5년 뒤인 2019년 6월 12일에 병원으로 옮겨져 80살의 나이로 사망했습니다.
앨리스가 사망하고 이틀 뒤 제럴드는 자신의 자백을 취소했습니다. 모든 범행을 앨리스가 저질렀다고 주장한 그는 그동안 자신이 그녀의 죗값을 대신 받고 있었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나는 이제 완전히 면제 받을 자유가 있기에 이를 행하려 한다. 죄책감을 느낄 필요도 없다.항소 협정 때문에 법원이 내 사건을 심리할지는 모르겠지만 노력하지 않으면 난 여기서 죽게 될 것이다.”
2019년 9월 법원은 그의 유죄 선고 철회를 기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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